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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loody valentine - loveless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는 앨범

슈게이징이라는 장르를 아마 작년 2월부터 접하게 되었는데

'공사장 소리 듣고 누가 슈게이징 틀어놓은 줄 알았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보고, 듣기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상한 굉음과 소음으로 만든 음악이라고. 그리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 집과 학원은 걸어서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붉게 노을이 지는 하늘과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었고

나는 쓰레기통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문득 마블발 노래가 듣고 싶어졌고

5번째 트랙인 when you sleep을 처음으로 들어봤다

 

이 노래가 내가 처음 접한 슈게이징이자 음악에 대한 폭이 넓어지게 된 계기이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사운드였다

대체 뭐로 이런 사운드를 연주한 건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고

슈게이징 특유의 속삭이는 보컬은 이때까지 들었던 노래 중 가장 웅장하게 들려왔다

웅장하고, 밝고, 무언가를 북돋아주는 느낌

공사장 소리라는 말에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나는 슈게이징에 적합한 귀를 가졌나 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그 시각의 하늘과 바람, 조용한 분위기가 음악과 잘 어울렸던 것도 있다.

음악을 들으며, 기운을 주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신나서 집까지 뛰어서 갔다.

내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꼭 들어가야 하는 장면과 음악.이라고 생각까지 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미친 듯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에 대해 검색하고,

밤새도록 이 앨범을 주구장창 들었다.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각종 블로그 글을 정독하고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아쉽게도 이 시기엔 한국에서 음원을 들을 수 없어서, 핸드폰을 켜놓고 유튜브로 밤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핸드폰이 따끈따끈 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이토록 감미로운 소음에 빠져들었는지 이해가 간다.

당시에 나는 사소하게 변해가는 것들이 무서웠고 (지금도 그렇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막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 소리보다 더 큰 소음인 음악을 알게 되었고

이 음악이 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매체였다고 본다.

 

 

하루종일 침대 위에서 이어폰 끼고 듣던 순간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휼륭하지만, 나에게 있어 추억의 한 부분을 만들어 주었기에, 그게 바로 내가 이 앨범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음악적으로 훌륭한 것 이외에도, 이 앨범커버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특성을 잘 살려준다고 생각한다.

노이즈를 시각화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면서도 48분의 노래를 어떻게 한 이미지에 꽉꽉 담았는지 정말 신기하다..

또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저 앨범아트의 촬영을 한 앵거스 카메론이라는 디렉터는 알고보니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라이드, 스워브 드라이브 등의 영상 작업을 하신 분이었다.. 이럴수가